김자혜
우리는 본질적으로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세계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자신의 눈 또는 눈을 대체하는 현대의 기계적 매체(카메라, 스크린 등)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상을 대상의 실제모습이라고 확신합니다. 기하학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아닙니다. 우리는 세상을, 사물을 궁극적으로는 마음으로, 개인의 주관적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단 한순간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제 작품은 고정적으로 절대 값을 지니고 있는 인공물(건물, 기계, 공산품)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물(나무, 물, 구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작품은 층(Layer)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층은 순간을 기록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층(Layer)은 화면이 아닌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다양한 순간과 시점의 차이에 의한 다양한 층을 만들어 냄으로서 순간을 공간으로 기억하게 하려 합니다. 층(Layer)은 창문, 문, 틀, 때로는 색을 넘나들며 존재하고 층과 층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무, 풀, 물, 하늘 등의 자연의 순간은 가장 역동적이고 유연한 존재로 이 존재의 순간은 2차원의 화면에 색으로 옮겨집니다. 작품은 시간을 멈추고 움직이는 순간의 장면은 일차원, 이차원, 그리고 삼차원이 모인 다차원의 공간속에 기록됩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유동적인 자연이 나타나고 단순한 색 면이 나타나는가 하면 의미 없는 패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평면으로 변해버린 공간에서 시간은 멈추게 되고 고정되어버린 화면에서 우리는 세상을 다시 보게 됩니다.
작품은 공간들을 낯설게 만들고 현실을 초월해 버리게 만듭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익숙한 풍경이 아닌 낯선 공간으로 변화시킴으로서 우리가 바라보는 현재의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만듭니다. 우리 주변의 세상을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하게, 더 흥미롭고 불가사의하게 만들어줍니다. 무수히 많은 이미지의 경계는 현실의 경계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세상은 유기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하여 우리는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고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무수히 많은 경계를 허물고 다채롭게 펼쳐지는 세계의 모습을 바라봐야 합니다. 다른 세상은 문(gate)을 통과해야만 드러나게 되고 그림은 그 세계를 바라보기 위한 문(gate)의 역할을 합니다.